신문은 왜 종이와 함께 무너지고 있을까: 언론과 종이 산업의 100년
1990년대 60%를 넘던 국내 종이신문 구독률이 이제 2.9%까지 떨어졌습니다.
한 세대 만에 신문 독자의 95% 이상이 사라진 셈입니다.
저도 얼마 전 친정에 갔다가 우편함에 더 이상 신문이 꽂혀 있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릴 때는 아침마다 마당에 던져진 신문 소리로 하루가 시작됐는데, 그 풍경을 이제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종이를 안 좋아해서"라고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종이라는 매체 자체의 산업 구조, 인쇄 기술, 펄프 수급, 광고 시장까지 복잡하게 엮여 있는 문제입니다. 신문과 종이산업은 한쪽이 흔들리면 다른 쪽도 같이 흔들리는 관계였습니다.
1. 신문은 왜 종이를 선택했을까
신문이 처음부터 종이를 매체로 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가볍고, 대량으로 찍을 수 있고, 값이 저렴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19세기 들어 제지 기술에 큰 전환점이 생겼습니다. 1840년 무렵 쇄목 펄프가 발명되면서 제지 산업에 큰 혁신이 일어났습니다.
이후 화학 펄프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이는 더욱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넝마(헌 옷감)를 원료로 쓰던 시절에는 종이 한 장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비쌌습니다.
나무를 펄프로 가공하는 기술이 자리를 잡으면서 비로소 신문처럼 매일, 대량으로 찍어내는 매체가 경제적으로 가능해진 겁니다. 신문의 대중화는 제지 기술의 대중화와 거의 같은 시점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신문용지, 일반 종이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신문에 쓰이는 종이는 책이나 문서용 종이와 애초에 만드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기계적으로 처리한 펄프로 만든 종이에는 나무의 주요 성분인 리그닌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리그닌이 빛과 산소를 만나 누런 물질로 변하기 때문에 신문용지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색되는 것입니다.
반면 표백 공정을 거친 화학 펄프로 만든 종이는 리그닌이 거의 남지 않아 책이나 보존용 문서에 더 적합합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왜 신문은 며칠만 지나도 누렇게 변하는데, 책은 오래가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처음부터 신문은 '오래 보관할 종이'가 아니라 '하루치 정보를 가장 싼값에 가장 많이 찍어내는 종이'를 추구한 결과물이었던 셈입니다. 보존성을 일부 포기하고 생산성과 비용을 택한 것이 신문용지의 정체성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국내 제지산업에서 신문용지가 차지했던 위치
신문용지는 국내 제지산업 안에서도 한때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1972년까지만 해도 국내 종이 수요는 신문용지와 인쇄용지 등 이른바 문화용지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이후 산업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포장재나 크라프트지 같은 산업용 종이 수요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한국 제지업의 성장 초반부에는 신문이 산업 전체를 견인하는 주요 수요처였다는 뜻입니다.
저도 이 통계를 찾아보면서 약간 놀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종이산업"이라고 하면 포장재나 사무용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신문이 그 산업의 '원형'에 가까운 존재였다는 점입니다. 산업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살펴보면, 한 사회가 무엇을 가장 많이 인쇄하고 소비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4. 종이신문은 왜 이렇게 빠르게 줄어들었을까
신문업계에도 분명한 '경고 수치'들이 있습니다.
1990년 60%대를 유지했던 국내 신문 구독률은 1998년 외환위기를 거쳤습니다. 2000년대 들어 포털의 무료 뉴스와 지하철 무가지가 등장하면서 하락세가 본격화됐고, 이후 멈추지 않고 떨어졌습니다.
| 연도 | 종이신문 구독률 |
|---|---|
| 1990 | 60%대 |
| 2004 | 50% 미만 |
| 2008 | 40% 미만 |
| 2017 | 9.9% |
| 2021 | 4.8% |
| 2025 | 2.9% |
구독률뿐 아니라 실제로 신문을 읽는 비율도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2025년 조사에서 지난 일주일간 종이신문 기사를 한 건이라도 읽었다고 답한 비율은 8.4%로 전년보다 낮아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0대는 3.1%, 30대는 4.2%에 그쳤습니다.
오랫동안 충성도가 높았던 50대 독자층에서도 2024년 15.3%였던 열독률이 1년 만에 10.4%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면서 제 부모님 세대의 변화를 떠올렸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아침마다 신문 두 부를 비교하며 읽으셨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포털 뉴스를 먼저 확인하시는 모습을 더 자주 봅니다. 통계로 보는 하락세가 실제 생활에서도 그대로 체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5. 신문사들은 왜 윤전기를 멈추기 시작했을까
이런 흐름 속에서 신문사들이 택한 현실적인 대응 중 하나가 바로 '인쇄 중단'입니다.
국내 한 유력 일간지는 창간 120주년을 맞아 자체 신문 인쇄를 중단하고 외부에 인쇄를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십 년간 가동되던 윤전기가 멈추고 제작 인력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슷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걸 두고 "신문이 곧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 세계 언론사 수익의 절반은 여전히 종이 구독과 인쇄 광고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쇄 설비를 없애는 것만으로 신문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신문업계 관계자들은 인쇄를 줄이는 것과 신문이라는 매체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종이신문이 사라지면 종이산업도 같이 사라진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는 신문용지 수요가 줄어든 만큼 포장재나 친환경 포장 소재 같은 다른 영역에서 펄프와 종이 수요가 늘어나는 식으로, 산업 자체는 형태를 바꿔가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업의 한 축이 줄면 다른 축이 그 자리를 메우는 식의 재편이 진행 중인 것입니다.
6. 뉴스를 읽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종이신문의 하락은 단순히 "종이를 덜 쓴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뀐 결과이기도 합니다.
2025년 조사에서 유튜브 이용률은 92.2%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짧은 영상 중심의 숏폼 뉴스 이용률은 1년 만에 11.1%에서 22.9%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반면 종이신문의 위축은 계속됐습니다. 보고서는 전체적인 뉴스 이용은 늘었지만 그 증가를 이끈 매체는 모두 영상 기반이었다며, '읽는 뉴스'에서 '보는 뉴스'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저 역시 출퇴근길에 뉴스를 챙겨 볼 때 텍스트 기사보다 짧은 영상 요약을 먼저 클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많은 분들이 "요즘 사람들은 뉴스를 안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형식이 글에서 영상으로 옮겨갔을 뿐 뉴스 소비량 자체는 줄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7. 종이신문, 정말 완전히 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업계 전망이 조금씩 엇갈립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인쇄와 배포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길, 대중지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고 전문성 있는 심층 분석에 특화된 니치 시장으로 좁혀가는 길, 독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유료 구독 모델로 옮겨가는 길입니다.
다만 이런 전환이 모든 신문사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매체의 규모와 독자층에 따라 속도와 방식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종이산업 쪽에서 보면 신문용지 수요가 줄어드는 흐름은 비가역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종이산업 전체가 위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포장재, 위생용지, 친환경 대체 소재 같은 영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문이라는 하나의 용도가 줄어드는 것과, 종이라는 소재 자체의 산업적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거 라디오가 TV 때문에 사라지지 않았고, 종이책이 전자책 때문에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종이신문 역시 규모는 크게 줄어들더라도 특정 독자층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8. 오늘 이 글을 읽고 한번 해볼 만한 것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번 주에 한번쯤 평소 즐겨 읽는 인터넷 매체의 '지면 신문' PDF나 신문 가판대를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종이로 읽을 때와 화면으로 읽을 때 정보가 다르게 느껴지는지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왜 신문업계가 이런 전환점에 서 있는지를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FAQ (자주 하는 질문)
1. 신문은 왜 다른 종이보다 빨리 누렇게 변하나요?
신문용지는 표백 처리를 최소화한 기계 펄프로 만들어 리그닌 성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성분이 빛과 산소에 반응해 변색되는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2. 종이신문 구독률은 지금 몇 퍼센트인가요?
가장 최근 조사 기준으로 국내 종이신문 구독률은 2.9%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신문사들이 인쇄를 중단하면 종이산업 전체도 무너지나요?
신문용지 수요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만 포장재나 위생용지 등 다른 종이 수요가 늘면서 산업 전체가 형태를 바꿔가며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4. 종이신문은 앞으로 완전히 사라질까요?
업계에서는 완전 소멸보다는 디지털 전환, 전문 니치 매체화, 맞춤형 구독 모델 같은 방향으로 형태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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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제지연합회 등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향후 전망은 시점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산업 동향에 대한 보다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관련 기관의 최신 자료를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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